한-EU FTA 비준안 상정놓고 ‘불꽃’
한나라, 전체회의에서 비준안 처리하겠다 민주당, 새법률안 20일간 숙성기간 둬야
여야는 3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 여부를 놓고 격돌했다.
한나라당은 9일 전체회의에서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비준안 한글본에서 오류가 발생해 지난달 28일 법률안이 새로 올라 온 만큼 20일간의 숙성기간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국회법 59조에 따라 상임위에 법률안이 상정되려면 20일의 숙성기간을 둬야 하는데 한·EU FTA는 20일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상임위에 상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유기준 의원은 “국회법 59조는 상임위에 상정되는 법률안에 숙성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지만, 비준동의안은 법률안으로 해석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맞섰다.
유 의원은 “(한글본 오류가) 중대한 실수이기는 하지만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오류 때문에 다시 제출됐는데 이렇게 비관용적으로 하면 안 된다”며 “사실상 상임위에 제출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상정은 물론이고 처리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동철 간사는 “비준동의안에 아직까지 오류가 발견되고 있는데 아무리 FTA가 중요해도 법적인 흠결이 있는 상태에서 처리할 수 없다”며 “영어본 ‘any’에 대해 ‘일체’라고 해석해야 하는데 무려 50개항에서 번역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박주선 의원도 “헌법에 따르면 비준된 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며 “FTA 비준안에 숙성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도저히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그는 “한·EU FTA는 23개 언어로 된 정본이 있는데 영문본과 한글본 외 21개 정본에 대해 외교통상부가 검증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확인이 안 된다”며 “외교부에서 조차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비준안을 무슨 불가피하고 긴급한 사유가 있어서 오늘 상정해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남경필 위원장은 “국회법 59조에는 법률안이라는 표현이 여러차례 나오는데 법률안과 동의안을 다 포함하는 경우에는 ‘안건’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any’에 대해서는 문맥상 반드시 필요하지 않으면 꼭 번역할 이유가 없다는 원칙으로 번역을 했다”며 “낱말 대 낱말로 보면 누락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해석에 큰 무리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으로 부터 “비준된 후 적용되는 안은 어떤 언어로 된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협상에서 썼던 언어(영어)가 준거가 된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김충환 의원은 “번역상의 오류가 있는 부분을 전부 다 점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다 검토하자고 하면 국가의 이익에 손해가 될 수 있으니 그런 차원서 생각해 달라”고 제안했다.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다른 21개 언어의 경우에도 1언어에서 2언어로, 2언어에서 3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내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서두르려다 날림공사가 될 수 있다”고 민주당의 견해에 동조했다.
여야 의원들의 발언을 들은 남 위원장은 “국회법 59조의 해석이 문제인 것 같다”며 “국회사무처에서 발간한 국회법 해석 관련 책자에는 ‘상정시기 제한은 모든 의안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안에만 적용된다. 법률안 중에서도 의원 발의, 정부 제출 법률안에만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 상정에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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