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먼저 반성하겠습니다”
(오픈뉴스=opennews)
나라 안팎의 우리 겨레 여러분! 이곳 세종문화회관을 가득 메우신 시민, 학생 여러분!
권재일 한글학회장님을 비롯한 한글 관련 단체 지도자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더욱 뜻깊게 해주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님,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님과 종교 지도자님들을 비롯한 각계 어르신 여러분,
오늘은 세종 큰 임금께서 한글을 만들어 세상에 펴신 지 오백일흔한 돌이 되는 날입니다. 온 겨레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옥관문화훈장을 받으신 송민 국민대학교 명예교수님, 화관문화훈장을 받으신 안토니오 도메넥 스페인 말라가대학교 한국학 교수님을 비롯한 수상자 여러분, 한글을 지키고 가꾸며 가르치는 일에 앞장서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글날은 세상에 하나뿐인 날입니다. 나라를 세우거나 되찾은 날을 기리는 국가는 많아도 글자 만든 날을 국경일로 따로 정한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뿐입니다. 세계의 수많은 글자 가운데 누가, 언제,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가 뚜렷한 글자는 한글 밖에 없습니다.
한글은 인류의 뛰어난 발명품이고, 값진 보물입니다. 유네스코는 한글 만든 이야기,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유산에 올려놓았습니다. 한글은 그 제정의 뜻과 과정부터 인류가 두고두고 기릴만한 유산이라고 세계가 인정한 것입니다.
한글은 너무나 빼어난 글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글자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한글은 글자를 뛰어넘는 위대한 선물을 우리 겨레에게 안겨주었습니다.
첫째, 한글은 한국을 문자해독률이 가장 높은 나라의 하나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한국은 문화와 경제와 정치를 이만큼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세종 큰 임금께서 백성 누구나 쉽게 글을 익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글로 쓰도록 한글을 만드신 뜻이 실현된 것입니다.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 만에 깨칠 수 있다’고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밝힌 것처럼, 한글은 배우기 쉽고 쓰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한글은 대한민국을 가장 잘 대표하는 자산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를 제일 잘 나타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한국 사람은 거의 모두가 망설이지 않고 한글을 꼽습니다.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나라를 쉽게 알리는 상징으로서도 한글만 한 것이 없습니다. 한글은 우리만의 독창성과 합리성과 실용성 같은 것을 잘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셋째, 한글은 우리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남길 수 있게 했습니다. 세계에는 자기 말을 남의 글로 적는 민족이 많습니다. 우리는 우리말을 우리글로 적는 드문 민족의 하나입니다. ‘말은 존재의 집’이라고 서양 철학자는 말했습니다. 우리의 존재를 남의 글이 아닌 우리글로 그려내는 것은 크나큰 축복입니다. 올해 한글날주제가 ‘마음을 그려내는 빛, 한글’입니다. 한글이 있기에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그대로 그려낼 수 있습니다. 한글은 우리에게 더없는 빛입니다.
이러한 한글과 한국어에 세계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고르는 나라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어능력시험을 보는 외국인도 늘었습니다. 외국에 있는 한글교육기관 세종학당에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배우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나날이 불어납니다. 해외동포 3, 4세대 청소년들도 한국어를 더 열심히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반갑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우리말과 글의 으뜸곳간으로 평가받는 <조선말 큰사전>이 완성된 지 올해로 60년이 됐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일제의 조선말 말살정책에 무릎을 꿇지 않고 사전을 준비하시며 우리말과 글을 지키셨고, 그것이 해방 이후에 빛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얼과 내일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선조들은 사전을 장만하셨습니다. 그 어른들께서 목숨 걸고 이어주신 우리말과 글을 오늘 우리가 쓰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마음이 헛되지 않게 우리는 우리말과 글을 더 잘 지키고, 더 빛나게 가꾸어 후대에 물려줘야 합니다.
정부가 먼저 반성하겠습니다. 한글을 만드신 세종 큰 임금의 거룩한 뜻을 잘 받들고 있는지, 우리말과 글을 소중히 여기며 제대로 쓰고 있는지 되돌아보겠습니다. 공문서나 연설문을 쉽고 바르게 쓰며, 예의를 갖춘 말과 글로 바로잡아가겠습니다. 우리말과 글을 찾고 지키며 다듬고 널리 알리려는 민간과 공공의 노력을 더욱 돕겠습니다.
사랑하는 겨레 여러분,
요즘들어 우리 강토를 둘러싼 말의 전쟁이 갈수록 거칠어집니다. 세종 큰 임금께서 한글을 만들어 백성에게 쓰게 하시면서 이렇게 사나운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우리 겨레는 너나없이 세종 큰 임금의 후손들입니다. 세종 큰 임금께서는 후대가 곱고 따뜻한 말과 글을 주고받으며 평화롭고 넉넉하게 살기를 꿈꾸셨을 것입니다. 똑같은 한글을 쓰는 남과 북이 세종 큰 임금의 그러한 뜻을 함께 이루어가기를 한글날에 다짐하면 좋겠습니다.
정부는 북한이 끝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굳게 힘을 모아 북한을 계속 압박하고 설득할 것입니다. 아울러 정부는 이 땅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 아무리 어려운 문제가 남과 북 사이에 가로 놓이더라도 그것을 결국은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국민여러분,
한글은 큰 글입니다. 한글을 더욱 키우고, 우리 문화와 나라를 더욱 크게 만들어 가십시다. 그 일을 국민 여러분과 정부가 함께 해 나가기로 오늘, 한글날에 약속하십시다.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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