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현대·롯데 등 대대적 조사···재계 “우리 떨고 있니?”
정재찬 공정위원장 “일감몰아주기 일제 점검 처리가 효과적”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일감 몰아주기 금지 규제가 시행된 이후 3개월 만이며, 현재 재계 서열 30위 안팎의 기업이 집중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5월 24일 공정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약 한달여간 국내 대기업과 그 계열사 등 약 1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서면 조사를 실시했으며, 현재 공정위는 5월 초부터 총 3~4개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개정된 일감몰아주기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그룹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비상장사는 20%)는 내부거래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이면 공정위의 규제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신규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지난해 2월부터 이미 적용이 됐지만 기존 내부거래는 1년간의 유예를 거쳐 올 2월부터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 심사 결과에 따라 총수일가에 대한 사법처리도 가능해졌다. 현재 재계에선 ▲SK그룹(SK C&C, SK D&D 등) ▲현대자동차그룹(이노션, 현대커머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등) ▲롯데그룹(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 한국후지필름 등) ▲LG그룹(지흥) ▲GS그룹(승산, GS아이티엠, GS네오텍 등) ▲한진그룹(싸이버로지텍, 싸이버스카이 등) ▲한화그룹(한화에스앤씨, 한컴 등) ▲신세계그룹(광주신세계, 신세계건설 등) ▲CJ그룹(CJ파워캐스트,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등) 100여개 안팎의 기업이 대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조사를 벌이는 것은 한두 기업만 본보기로 엄벌해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올 1월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브리핑에서 “일감 몰아주기 조사는 일제 점검해 일괄 처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한 건 한 건 처리해서 일벌백계하려면 하세월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또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이 시행됨에 따라 대상기업의 내부거래 실태를 확실히 점검할 것”이라며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와 계열사 특혜제공을 책임지고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그룹 조현아 등 세 자녀 일감 몰아주기 조사 중
공정위의 첫 칼날은 한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남매가 지분을 가진 계열사로 향했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 입주한 싸이버스카이 사무실에 조사관들을 보내 현장조사를 벌였다. 싸이버스카이는 한진그룹 계열사로 대한항공 기내에 잡지 모닝캄의 광고와 인터넷을 통한 기내 면세품 판매를 하는 비상장사다. 싸이버스카이 매출은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부분을 독점 납품하고 있다. 2013년 기준 42억8800만원의 매출 가운데 대한항공에서 32억1600만원을 벌어들이는 등 계열사로부터 총 35억9000만원을 벌어들여 내부거래 비중 83.7%를 보였다. 더욱이 싸이버스카이측의 대한항공 매출 100%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등 대부분이 공개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됐고 현금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남매가 33.3%씩 지분을 갖고 있어 총수 일가 지분율이 100%에 달한다.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이 넘기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대·롯데 ‘일감 몰빵’도 전방위 조사 착수
공정위는 또 지난 19일에서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로지스틱스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현대로지틱스가 현대그룹 소속 계열사였던 지난해 계열사의 물류 관련 업무를 현대로지스틱스에 몰아줬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내부거래를 통해 현정은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신고 내용을 토대로 관련 의혹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현대그룹과 현정은 회장이 보유하던 지분 88.8%를 매각하면서 올해 초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1조7537억원인 대형 물류회사다. 공정위는 이번 현장조사를 통해 현대그룹 산하 시절인 2013년부터 이듬해까지 계열사 내부거래 자료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또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로 매각을 앞두고 있는 현대증권도 조사 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은 최근 현정은 회장 일가가 지분 72.72%를 소유한 비상장 IT업체인 현대유엔아이에 대부분의 전산용역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롯데그룹도 롯데마트와 롯데홈쇼핑 등이 롯데의 물류 자회사와 내부거래를 크게 늘려 일감 몰아주기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한 뒤 롯데그룹 내 유통계열사의 물류 물량을 부당하게 몰아줬다는 의혹까지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물류 계열사인 롯데로지스틱스는 약 2조원의 매출을 담당하고 있으며 내부 거래비중은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몇개월동안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들에 대해 서면 조사를 진행했다”며 “이번 조사에서 대기업이 일감을 특정 계열사에 몰아준 혐의가 확인되면 해당 대기업과 총수에 과징금을 매기거나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경수·송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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