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의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 1주년을 맞아,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www.msf.or.kr)는 지난 1년간 이뤄진 국제사회의 서아프리카 에볼라 대응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23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이번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미흡한 대처를 드러내고, 전반적으로 감염환자 수가 감소하고 있으나 에볼라 확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보고서 ‘에볼라, 한계 그 너머까지(Pushed to the limit and beyond)’는 에볼라 대응 활동에 참여했던 국경없는의사회 구호 활동가와 직원 수십 명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이번 보고서에는 1년 전, 기니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국경없는의사회가 일찍이 경고했던 것, 에볼라 영향 국가 정부들이 처음에 해당 사실을 부인했던 것, 그리고 주변국까지 바이러스 확산이 계속될 때 국제사회가 제때 대응하지 않아 국경없는의사회가 취할 수밖에 없었던 전례가 없는 조치들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Joanne Liu) 박사는 “오늘, 우리는 그간의 에볼라 대응 활동을 함께 반성해 보면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었던 에볼라 창궐에 국경없는의사회와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비판적인 눈으로 돌아보고자 한다”며 “이번 서아프리카 에볼라 창궐은 공중보건과 구호 체계가 긴급 상황에 처했을 때 얼마나 느리고 비효과적인가를 낱낱이 드러낸 이례적인 사례다”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이번 보고서는 수개월간 ‘국제사회가 하나같이 뒷짐을 지고 있었던’ 결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히 밝힌다. 그 사이에 바이러스는 무섭게 퍼져 나갔으며, 국경없는의사회는 생물학적 재해 확산 방지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일반인 및 군 인력을 급파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에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말,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엘와 3 에볼라 치료센터는 몰려드는 환자들을 모두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눈에 보기에도 매우 아픈 환자를 문 앞에서 돌려 보내야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벨기에 사무총장 크리스토퍼 스톡스(Christopher Stokes)는 “이번 에볼라 확산은 퍼펙트 스톰(각각은 위험하지 않으나 동시 발생하면 무서운 결과를 낳는 일들의 조합)이라고 일컬어져 왔다. 이미 취약한 공중보건 체계 속에서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나들며 무시무시하게 퍼져 나가 전례 없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라며 “하지만 단순히 설명될 일은 아니다. 에볼라 확산이 이만큼 통제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는 것은 여러 체계가 무너져야 일어나는 일인데,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졌으며 그 결과 막을 수 있는 상황조차 막지 못하여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보고서는 지난 1년간 국경없는의사회가 맞닥뜨린 난제들, 치료제도 없고 자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내려야 했던 어려운 선택들을 짚어나간다. 이제껏 국경없는의사회가 대응해 온 에볼라 발병 사례들은 비교적 소수의 전문가 집단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던 반면, 이번 에볼라 확산에서는 더 많은 자원을 좀더 일찍 동원했어야 했다.
유례가 없는 강도로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국제사회의 대응은 매우 취약한 와중에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활동했다.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환자 간호, 감시 활동, 안전한 시체 매장, 지역사회 홍보 활동 등 우선순위 활동들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Joanne Liu) 박사는 “바이러스 확산이 가장 심했던 시기에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더 많은 환자를 치료센터에 받아 최선의 간호를 제공하는 일을 할 수 없었다”며 “의료계 종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세운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 입장에서 이번 에볼라 확산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 내에서도 열띤 논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번에 얻은 교훈을 향후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번 에볼라 대응을 되돌아보고 있으며, 에볼라 치사율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조사하기 위해 환자들의 데이터를 정리, 분석하고 있다. 현재 중요한 점은, 에볼라 백신 및 치료제, 진단 도구에 대한 연구 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전략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서아프리카 에볼라 확산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여전히 중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 에볼라 감염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찾아내야 하는데, 하나의 실수도 없이 철저해야 하며 이만하면 되었다는 자족도 허용될 수 없다. 집계되는 주간 환자 수는 여전히 과거 그 어떤 전염병 확산 때보다도 높으며, 1월 하순 이후로 전체 감염자 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가별로 보자면 기니에서는 환자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시에라리온에서는 기존 감염자와 접촉했던 사람 명단에 없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감염자로 확인되고 있다.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는 3월 20일에 에볼라 확진 환자가 나왔는데, 이는 라이베리아에서 마지막 환자가 퇴원한 지 2주가 넘은 시점에서 다시 감염환자가 확인된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고서 ‘에볼라, 한계 그 너머까지’는 “에볼라의 충격으로 사람들은 의료 시설에 대한 믿음을 저버렸고, 의료계 종사자들은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의료 활동 재개를 두려워하고 있다. 가족을 잃은 마을 사람들은 위축되어 있고 의심도 많아졌다”라고 적고 있다.
가장 피해가 심한 세 국가인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500명에 가까운 의료진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에볼라 위기가 오기 전에도 이미 의료진 부족이 심각했던 곳에 설상가상으로 불어 닥친 재앙이었다. 이 지역에서 공중보건 체계를 정상화하는 첫 번째 단계로서 의료 혜택 접근성이 시급히 회복되어야 한다.
보고서는 “이번 에볼라 확산으로 국제사회의 실패가 낱낱이 드러났으며, 그 대가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에볼라 창궐, 개발도상국의 취약한 공중보건 체계에서부터 국제 구호의 마비와 늑장 대응에 이르기까지 이번에 얻은 교훈들은 모두가 깊이 새겨야 한다”라고 결론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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